“회계사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은 3년 이내에 90% 이상 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출연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도 이에 해당하나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대하여 3년 이내에 90% 이상 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의 범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필자는 대법원판례가 나오기 전까지 출연재산의 사후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입법취지를 고려하고, 납세자의 증여세 납부리스크를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는 ‘출연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및 ‘출연받은 재산을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으로 운용하여 얻은 소득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관리해야 함을 문의해왔던 공익법인에 안내하였으나 대법원의 결정은 달랐다. 이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자.
지난달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1두54293 판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쟁점사항
△△빌딩은 ○○학원이 증여를 직접 원인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 매매(이 사건 1토지 및 2토지)를 원인으로 취득하거나 신축(건물)을 원인으로 원시취득한 것이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쟁점은 △△빌딩처럼 출연받은 당해 재산이 아닌 경우에도 이를 매각한 대금이 쟁점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쟁점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는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뿐만 아니라, '출연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과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은 물론 '출연받은 재산을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으로 운용하여 얻은 소득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까지 널리 포함된다고 보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매각대금은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의 판단
쟁점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그 문언과 달리 '출연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이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출연받은 재산의 운용소득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등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헌법은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바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에 의해 이를 해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나)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인 구 상증세법에는 쟁점조항이 정하고 있는 '출연받은 재산'에 관하여 별도의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법령상의 용어 해석에 있어 해당 법령에 규정된 정의가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를 존중하여야 한다
다)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 · 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두20089 판결 등 참조). 쟁점조항과 같이 '출연받은 재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구 상증세법령의 다른 조항들을 통해 쟁점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조세법령이 과세관청에 의해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되거나 다른 규정과 일관적이지 않게 해석되어 납세를 하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타당하다고 본다.
대법원 판례가 있기 전까지 공익법인들은 증여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출연재산으로 취득한 다양한 자산의 매각시마다 매각대금의 목적사업 사용여부를 관리해야 했고 이러한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따라서 공익법인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로 인해 증여세 리스크를 관리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판례를 통해 출연재산이 최종적으로 목적사업에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조금 생기지 않았나 한다. 따라서 이를 악용하는 공익법인이 생겨나기 전에 출연재산의 사후관리 범위를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법령이 일부 개선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한국공인회계사 박대호 (cpapdh@naver.com)